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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는 난다, 숙제는 남는다

by 늦깎이다빈치 2024.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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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할 때까지는 집에 못 간대요.’
 
학원에서 돌아올 시간이 꽤 지났는데
연락도 없어서, 전화해보니
아들이 하는 말이다.
 
집에서 나서기 전부터
숙제를 다 못 해서 걱정하는 표정이었는데,
비슷한 일이 반복되자
습관을 바꾸려는, 선생님의 강경책이었다.
 
 
뉴스를 보다가
나머지 공부를 해야하는 사람(?)을 또 발견했다.
 
 
유럽연합(EU)에 돼지가 있었다.
 
포르투갈(P), 이탈리아(I), 그리스(G), 스페인(S).
앞 글자만 따서 돼지(PIGS)라고 불렸다.
2012년 유럽 부채 위기 때의 일이다.
 
위기를 몰고 온 주범으로 미움받던 이 나라들이
최근에는 성장률이
유럽 전체의 평균을 넘어섰다고 한다.
 

PIGS - Cooperative City Magazine

 
관광 활성화가 큰 역할을 했지만,
무엇보다 긴축 프로그램으로
수출과 실업률을 위해 노력했다는 것.
 
쉽게 말해,
허리띠를 바싹 졸라맸다는 거다.
 
 
반면에
늘 강한 모습을 보이던 독일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올라서
제조업이 힘들어졌고
성장은 고꾸라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안으로는
고령화, 세금, 관료주의 등의 고질적인 문제가
마이너스 성장의 큰 원인이라고 한다.
 
독일 내부에서는
‘경기가 좋을 때 숙제를 하지 않았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었다.
 
 
저녁을 먹고
1시간만 집중하면 숙제를 끝낼 수 있는데
미적거리다가 결국은
나머지 공부를 하는 아들과
 
여유가 있을 때
장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던 독일을 보며
 
씁쓸한 미소가 지어졌다.
 

독일 - 재경일보

 
당장 눈 앞의 달콤함에만 취해 있으면
위기는 이렇게 어김없이 오는구나...
 
와신상담하면, 돼지도 다시 날게 된다.
해야 할 숙제를 안 하면, 나머지 공부를 하게 된다.
 
 
나는 내 숙제를 다 했나?
내 숙제는 뭐지?
생각해본다.
 
외부의 과제만 다 하면 끝인가?
나 스스로에게 부여해야 할 숙제는 없을까, 미처 생각하지 못한?
 
 
숙제를 제 때에 하지 못해서
위기를 맞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다.
 
숙제를 다 해놓았다고 해서, 안주하고
배만 두드리고 있는 사람도 되고 싶지 않다.
 
스스로 가야 할 길을 알고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알아야
진짜로 자유로운 사람 아니겠나?
 
반복되는 일상에
무료함과 답답함도 조금은 있었는데,
놓치고 있던 숙제는 없는지
새로 발견해야 하는 숙제는 없는지
 
찾기 위해 몸을 조금 움직여보기로 했다.
 
한 걸음도 내딛지 않으면서
새로운 풍경을 볼 수는 없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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