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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도끼와 발로란트 스킨

by 늦깎이다빈치 2024.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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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을 사달란다.
스킨? 피부? 스킨로션?
뭔 소리야?
 
아들이 원하는 건, 게임 아이템이었다.

게임에 관심이 없다 보니,
알아듣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어린이날 뭘 사줄까 물었는데, 이 녀석이
게임 안 좋아하는 아빠 성향을 아니까

그동안 쭈뼛거리고 있다가 털어놓은 거였다.
 
뭣에 쓰는 물건인고?
물어보니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10분이 넘게, 쉬지 않고 썰을 풀었다.
 
요약해 본즉,
무기와 인터페이스 화면이 예뻐지는 거란다.
 
그걸 하면 뭐가 좋아지는 건데?
 
예쁘단다.
게임 하는 맛이 난단다.
 

발로란트 -  라이엇 게임즈

 
음......
공격력이 올라간다거나, 회복이 빨리 된다거나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예뻐서?
 
별로 탐탁하진 않았지만
좋아한다니, 갖고 싶다니, 사줬다.
5만원.

아... 이 돈이면, 지가 좋아하는 삼겹살 실컷 먹는데...
 
 
숙제를 빛의 속도로 끝내고 게임하는 아들의 얼굴을 보니까, 싱글벙글이다.

그렇게 좋나?
뭐가 그렇게 좋을까, 국 끓여 먹지도 못하는데...
 
그런데 생각해보니
기능적으로는 하나도 쓰잘데기 없는 일들을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해왔다.
 
 
이 주먹도끼를 만든 누군가는
좌우대칭의 형태를 만드느라
굳이 ‘안 들여도 될’ 공을 들였습니다.
처음에 봤던 빗살무늬토기의 무늬처럼
과한 장식을 한 거죠.
 
양정무,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1>
 

주먹도끼 - 네이버

 
 
예쁜 주먹도끼를 만들면
이성의 관심을 끌 수도 있고
사람들한테 솜씨가 좋다는 칭찬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기능만 놓고 보면
그렇게까지 공을 들일 이유가 없는데
이런 도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삶 속에는
언제나 미술이 있었고
아름다움이 함께 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람이란 생물은 ‘밥만 먹으면 되는’
그런 존재가 아니라는 것.
 

난처한 미술 이야기 1 - 교보문고

 
커피콩을 갈면서 나를 돌아봤다.
너무 효율만 추구하는 삶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분은 공간만 차지하잖아...
전구는 이게 전기를 덜 먹어.
이게 더 효과적이야...
가성비가 좋잖아...
 
 
낭비하는 게 좋다는 말은 아니지만,
 
어떤 것이 예뻐서
마음에 기쁨을 주고 행복을 준다면
아주 가끔씩의 작은 사치는,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효율과 기능이 전부는 아니다.
아름다움에서 의미를 얻는 게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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